Ⅰ. 서 론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이상기후 현상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기상청 보고에 따르면 최고 기온이 매년 0.12℃씩 상승하고 있고, 열대야 일수는 매 10년마다 0.9일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상 기후의 발생 빈도 및 강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기후란 기상 조건을 나타내는 기온, 강수량, 풍속 등의 기후 요소가 정해진 기준보다 크거나 작을 때를 의미한다(Sung et al., 2019). 특히 한반도의 온난화와 관련된 이상기후는 중부지역과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농업 부문은 기후 의존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상기후는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에 의한 작물 피해는 작물 생산의 품질 저하, 고랭지 여름 채소 재배 가능 면적 감소, 월동 해충 및 외래 병해충, 고온성 병해충 확산으로 농작물 피해 증가, 고온 등 외부 환경 변동에 의한 가축 생산성 및 축산물 품질 저하, 토양환경 변화와 수자원 수급 불균형 확대 등이 있다(Shin et al., 2014). 이에 따라 최근 한반도의 지속적 기온 상승으로 그동안 재배가 어려웠던 난지형 목초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난지형 목초는 기온이 25-35℃ 내외에서 생육이 왕성하고, 15℃ 이하에서는 생육이 느려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한지형 목초보다 초기 생육이 느린 반면 한번 정착하고 나면 초지 지속성이 우수하고 더위와 가뭄에 강하며 여름철 고온기에 생산성이 높은 특징을 가진다(Barnes et al., 2007). 국내에서 난지형 목초의 생육 특성, 사초 생산성, 적응성 평가에 대한 연구는 제주 지역과 중남부 지역에서 버뮤다그라스, 클레인그라스, 바히아그라스, 테프그라스 등의 난지형 목초의 월동성 및 사초 생산성을 평가하는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Park et al., 2012; Park et al., 2014; Park et al., 2015).하지만 난지형 목초를 이용한 가축의 사육 및 생산성에 관련된 자료는 제한적이며 특히 국내에서 염소에 난지형 목초를 이용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염소고기는 예로부터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약용으로 이용되어 왔으나 최근, 염소고기의 소비 형태가 육용으로 바뀌고 있다(Kang et al., 2013). 하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주류 육류에 비해 소비량이 저조하고, 섭취 메뉴가 탕, 수육, 불고기 등으로 제한적인 실정이다. 최근 염소 고기의 가격상승 등으로 염소 사육에 기술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염소는 저질의 조사료를 급이해 주는 사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으로, 일부 선진 농가에서만 드물게 양질의 수입산 건초 등을 급이하고 있다. 염소의 품종 중에서 알려진 보어종(Boer)은 육용 염소중 가장 인기가 높으며, 시장 요구사항을 충족하는데 필요한 크기, 체중, 뼈구조 및 성장율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Van Niekerk and Casey, 1988). 국내에서 육량 증진을 위해 교잡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보어종의 경우, 털용 품종인 앙고라종에 비해 높은 지방 및 낮은 단백질 함량을 가지고 있다(Webb, 2014).
본 연구는 비육기 거세 보어 교잡종 염소의 사육 단계에서 난지형 목초 적용 효과를 검증하고자 수행하였다. 난지형 목초인 클레인그라스와 한지형 목초인 티머시 급이에 따른 비육기 염소의 증체 및 도축 후 고기의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염소에서의 난지형 목초 활용도를 평가시키고 염소 사육시 건초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Ⅱ. 재료 및 방법
본 시험은 생후 14개월령의 체중 47 kg 내외의 거세 보어 교잡 염소 40두를 처리구별로 각각 20두식 공시하였으며, 시험 기간은 2023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간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염소 전문 사육 농가에서 수행되었다. 본 시험의 처리구는 1일 한우중송아지 사료(축협) 750 g과 클레인그라스 건초 400 g을 제한 급이하였으며, 대조구는 한우중송아지사료 750 g과 티머시 건초 400 g을 급이하였다. 사료 급이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일 2회 나누어 급이하였다. 시험축의 사양 관리는 처리구별로 25 m2의 면적에 군집 사육하였고, 물은 자동 급수기를 이용하여 신선한 물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무기질 섭취는 미네랄 블록을 이용해 자유롭게 섭취하게 하였으며, 다른 사양 관리는 일반적인 농가의 관행 사육 방식으로 관리하였다. 시험 사료의 일반 성분은 Table 1과 같다.
사양 실험에 공시한 시험축의 체중 측정은 시험 개시일로부터 1달 간격으로 사료 급이 전 실시 하였으며, 사료 섭취량은 급여 사료량을 측정하여 급이 후 다음날 사료 급이 전 잔량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도체 조사는 시험 종료 후 각 처리군별로 염소 전문 도축장에서 탕박 처리로 도축하여 5℃에서 24시간 냉장시킨 후 도체중을 측정하였고, 육질은 처리구당 5두씩 뒷다리고기를 채취하여 조사하였다. 시료의 수분함량, 단백질함량, 지방함량, 콜라겐함량은 Foodscanner (DA 6200, PerkinElmer, Waltham, MA, USA)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전단력 측정 시료(2.0 × 1.0 × 1.0 cm; 길이 × 폭 × 높이)는 73℃에서 30분간 가열 후 방냉한 시료를 근섬유 방향과 평행하게 절단하여 준비하였다. 그 후, V-blade를 장착한 texture analyzer (TA1, Lloyd, Largo, FL, USA)를 이용하여 근섬유 방향에 수직이 되도록 절단하였다. 이때, 분석 조건은 test speed 2.0 mm/s, distance 22.0 mm, force 5.0 g으로 설정하였으며, 측정된 값은 Newtons (N)으로 나타내었다.
Ⅲ. 결과 및 고찰
본 실험에 사용한 조사료 및 농후사료의 일반성분 분석결과, 조단백질, 조지방, 조회분은 클레인그라스가 티머시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조섬유, 중성세제불용성섬유, 산성세재불용성섬유는 티머시에서 높게 나타났다(Table 1). 본 연구에 사용한 클레인그라스의 영양적 가치는 중성세제불용성섬유가 59.39%, 산성세재불용성섬유는 24.08%, 조단백질 10.23%를 함유하여 2013-2014년에 국내에서 생산된 클레인그라스의 사료적 가치보다 섬유소는 낮고 단백질가는 높았다(Park et al., 2015). 본 실험에 이용된 티머시 건초의 영양적 가치는 중성세제불용성섬유가 61.83%, 산성세재불용성섬유는 28.58%, 조단백질 4.01%로 중성세제불용성섬유 함량은 이전 보고와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산성세재불용성섬유와 조단백질 함량이 낮았다(Ki et al., 2017; Lee et al., 2013). 조사료의 영양적 가치 평가 결과, 국내에 수입되는 건초의 성분이 다양하여 일반적으로 제시된 영양적 가치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조사료 이용시 일반성분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비육용 거세 염소의 체중과 일당 증체량을 조사한 결과는 Table 2에 나타내었다. 군집사육의 경우, 정확한 영양소 섭취량(건물 및 에너지)의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본 실험에서는 사료의 전량 섭취를 유도하여 섭취량에 따른 편차를 최소화 하였다. 본 실험에서 염소의 사료 급이량은 체중의 2.3%로 설정하였으며 이는 염소의 건물섭취량에 대한 이전 연구를 바탕으로 하였다(Devendra and Burns, 1983). 본 실험에서는 비육용 염소의 건물 섭취량은 건초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으며, 체중 및 일당증체량에도 클레인그라스 급이군과 티머시 급이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염소의 사료 섭취량은 체중, 나이, 사료의 종류 및 입자의 크기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본 실험에서 같은 종류의 배합사료와 두 건초의 초장의 길이의 차이가 없었으며, 체중의 2.3%로 제한 급이하였기 때문에 처리구간 건물 섭취량의 유의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 실험 기간의 일당 증체량은 클레인그라스 급이군 85.70 g, 티머시 급이군 85.29 g으로 두 그굽간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실험기간동안의 일당 증체량은 고온기가 끝나는 10월에 약 180 g으로 가장 높았으며, 사양 실험 초기 거세 및 고온기 스트레스에 의한 증체량 저하가 있었으나, 클레인그라스 급이군과 티머시 급이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전 연구에서 흑염소의 에너지 수준이 2.0-3.0 Mcal/kg 범위일 때 일당 증체량은 59.8-81.8 g 범위로 에너지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증체량이 높아진다고 보고되었으나(Ahn et al., 1990), 본 실험의 경우, 같은 사양조건에서 건초의 종류만 달리하여 급이하였기 때문에 섭취량 및 증체량의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래 흑염소의 경우, NRC 사양표준에서 20% 증량하여 사료 급이시 일 65.9 g 증체되었으나(Moon et al., 2021), 본 연구에서 사용한 염소는 보어 교잡종으로 재래 흑염소 대비 일당 증체가 높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사료 종류별 비육용 거세 염소의 고기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수분, 단백질, 지방, 콜라겐 함량을 분석하였으나, 클레인그라스 급이군과 티머시 급이군에서 유의적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Table 3). 일반적으로 염소 고기의 성분 구성은 유전자형에 의해 크게 영항을 받으며, 생고기의 단백질 함량은 18-25%이다(Tshabalala et al., 2003, Webb et al., 2005). 보어종 염소 고기의 수분율은 75-76.3%, 단백질은 20.0-20.3%, 지방은 2-2.8%로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였으나, 지방 함량은 3.53-3.91%로 기존 연구결과 대비 높은 지방 함량을 보였다(Gawt et al., 2022). 염소고기에서의 콜라겐 함량은 부위별로 다르지만, 등심의 경우 0.59%, 엉덩이 부위의 경우 1.48%로 보고되었다(Kim et al., 2019).
Trait (%) | Kleingrass | Timothy |
---|---|---|
Moisture | 72.32±0.42 | 72.99±0.35 |
Protein | 20.55±0.44 | 20.78±0.33 |
Fat | 3.91±0.52 | 3.53±0.80 |
Collagen | 1.68±0.06 | 1.77±0.11 |
클레인그라스 급이군과 티머시 급이군의 지육율 분석결과(Table 4), 클레인그라스 급이군에서64.31%, 티머시 급이군에서 63.63%로 클레인그라스 급이군이 높았으나 유의적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뒷다리 고기의 전단력 분석 결과, 클레인그라스 급이군에서 39.36N로 티머시 급이군의 32.23N에 비해 유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p<0.05). Shija 등(2013)의 보고에 의하면 염소 고기의 전단력은 34.07N으로 양고기의 29.83N에 비해 유의적으로 높았다. 이는 본 연구 결과와 부합하는 수치로 클레인그라스 급이에 의해 염소고기의 육질이 질겨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클레인그라스의 높은 단백질 함량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염소고기는 부위별로 요리 방법이 나뉘어 있으며, 뒷다리 고기의 경우 대부분 탕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클레인그라스 급이에 의한 전단력 상승이 염소 고기의 품질에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Trait | Kleingrass | Timothy |
---|---|---|
Carcass yield (%) | 64.31±0.35 | 63.63±0.98 |
Shear force (N) | 39.36±11.61* | 32.23±10.24 |
Ⅳ. 요 약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그동안 배제되었던 난지형 목초를 활용한 초지 조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본 연구는 비육기 염소에 난지형 목초인 클레인그라스 적용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전남 지역 농장에서 클레인그라스와 티머시 건초를 급이하여 비육기 보어 교잡 염소 40두를 공시하여 증체량 및 도체의 이화학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본 실험에서는 비육용 염소의 건물 섭취량, 체중 및 일당증체량에도 클레인그라스 급이군과 티머시 급이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조사료 종류별 비육용 거세 염소의 고기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도체율을 측정하고, 뒷다리 고기의 수분, 단백질, 지방, 콜라겐 함량을 분석하였으나, 클레인그라스 급이군과 티머시 급이군에서 유의적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전단력 분석 결과 클레인그라스 급이군에서 39.36N로 티머시 급이군의 32.23N에 비해 유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는 비육기 염소 사육시 난지형 목초인 클레인그라스의 이용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염소 사육 농가에서 염소 비육시 조사료 선택지를 넓혀줄 것이라 판단된다.